‘2025: 미래의 회상, 의식의 활로’
‘2025: 미래의 회상, 의식의 활로’
2025년 경희학원 시무식과 신년 교례회가 지난 1월 6일(월)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열렸다. 시무식은 ‘2025: 미래의 회상, 의식의 활로’를 주제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2025년 경희학원 시무식·신년 교례회, 대담 형식으로 진행
조인원 이사장 “도래할 미래 내다보면서 현실 재구성해 새 희망 찾아야”
2025년 경희학원 시무식과 신년 교례회가 지난 1월 6일(월)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열렸다. 경희학원은 매년 1월 2일 법인과 대학,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구성원이 함께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해 새 희망을 다짐한다. 희망을 공유하는 자리라 밝은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는데, 올해는 무안공항 참사 국가 애도 기간 이후로 행사가 순연되면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경희학원은 이번 시무식에서 우리가 처한 시대 상황에 주목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를 물었다. 우리는 지난 연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마주했다. 지구적인 충격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미·중·러 간 고조된 긴장 속에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소말리아 등지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기후, 환경과 생태 위기, 핵과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은 심각성을 더해가고, 지구적 차원의 양극화도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시무식은 ‘2025: 미래의 회상, 의식의 활로’를 주제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조 이사장은 시대에 주어진 도전 과제를 풀어낼 방향성을 제시한 후, 학원의 운영 기조를 공유했다. 현장에는 각급기관 기관장과 보직자가 자리를 함께했고, 각급기관 교원과 직원은 웹캐스트로 참여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실존·공존 위해 머리 맞대야”
대담 사회를 맡은 송재룡 경희대학교 특임교수는 “흔히 한 해를 돌아보면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고 표현한다. 2024년은 이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전대미문의 위기였다. 이례적인 폭염과 한파는 기후 위기를 충분히 체감하게 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은 핵전쟁의 위기감을 고조했다. 미국 동부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출몰하고 있는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는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와 안정이 절실했다”면서 2024년에 대한 회고로 대담을 시작했다.
“문명사적 위기가 상존하는 것을 넘어 악화일로에 있다”고 최근 지구적 상황을 규정한 조 이사장은 상징적 예로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소개했다. 이 시계는 세계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원폭 비극을 반성하면서 설정해 해마다 시간을 제시한다. 자정은 인류사회 붕괴의 시간대를 의미한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2000년부터 분침에서 초침으로 바뀌더니 2023년과 2024년에는 ‘자정 90초 전’으로 당겨졌다. 1947년 처음 설정된 이래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대다.
조 이사장은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 영상 메시지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No Time to Lose)”고 말했다. 희망의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영상에 비친 그의 표정과 어조는 어두워 보였다. 그만큼 전환 국면이 절실하고, 어떻게 해서든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유엔의 지구적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올해 신년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24년 내내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참혹한 전쟁의 고통, 만연한 불평등과 분열로 커지는 긴장과 불신에 더해 기후 위기를 거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을 포함한 최근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10년이라고 발표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파멸로 가는 길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함께 노력해 2025년을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조 이사장은 “시대의 긴박성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지구사회 현실이다. 학계와 전문가들의 세평,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라는 화두가 ‘우리 일상과 거리가 먼 무엇’이 아니다. ‘지금, 여기의 현실’로 다가섰다. 근거 없는 희망의 미래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의 실존과 공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냉철한 판단과 함께 희망의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할 때다. ‘현실에서 판단하고, 미래에서 계획한다’, ‘도래할 미래를 내다보면서 오늘의 현실을 재구성한다’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신년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24년 내내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참혹한 전쟁의 고통, 만연한 불평등과 분열로 커지는 긴장과 불신에 더해 기후 위기를 거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을 포함한 최근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10년이라고 발표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파멸로 가는 길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함께 노력해 2025년을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미래 예찰하면서 오늘의 인식과 행동 재구성할 때 새로운 가능성 열릴 것”
조 이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유사한 견해를 피력해 왔다. ‘문명이 풍요로워질수록 지구사회 난제가 극심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란 의문을 품고 ‘성찰적 대안’을 모색했다. ‘미래 회상’의 역사적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미래의 회상은 전망되는 미래의 가능성을 ‘지금 이곳’에 불러와 오늘의 현실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미래를 예찰하면서 오늘의 인식과 행동을 재구성할 때, 도래할 위기와 파국의 가능성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즈음 발표된 노래가 있다. 비틀즈(The Beatles) 멤버 링고 스타(Ringo Starr)와 그의 동료들이 유엔 세계평화의 날 35주년을 맞은 2016년 유엔에 헌정한 “이제 때가 됐어(Now The Time Has Come)”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인류 모두가 분노와 폭력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인류사회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은 1981년 11월 30일 열린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제정·공표됐다. 미·소 진영 간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 핵과 우주 전쟁의 가능성이 고조되던 시대였다. ‘전쟁 대기(大氣)’를 ‘평화 대기’로 전환하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설립자는 전환의 기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했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에는 학문과 실천을 통해 평화로운 인류사회의 미래를 지향하는 경희 정신, 열정과 헌신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평화는 멀게만 느껴지는 시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오랜 시간 지구사회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미래세대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이젠 더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염두에 둔 새로운 의식과 실천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다. 새로운 협력의 길, 더 나은 미래의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은 시대의 과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희는 지난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경희학원 설립자의 공적을 기리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구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미원평화상(The Miwon Peace Prize)을 제정했다. 첫 수상자(기관)는 세계평화와 인권 증진을 목표로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독립·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였다.
디 엘더스는 창립자인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만델라는 관용과 포용 정신, 그리고 현실 세계에 드리워진 시대의 난제에 굽히지 않는 정신과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저항하면서 27년간 투옥됐다. 투옥 생활 중에 늘 암송했다는 시 한 구절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에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시련과 좌절의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실천 의지를 다졌는지 엿볼 수 있다.
시대의 어려움을 헤쳐가는 정신세계의 힘을 말해온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설립자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딛고 이념과 체제,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고, 평화와 번영의 활로를 모색했다. 경희 정신은 주리(主理)와 주의(主意) 세계의 통합적·전일적·실천적 의미를 헤아리는 인간 의식과 실천 의지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른바 전일사관(全一事觀)의 세계다.
“집단의식·공동의 실천 의지 세워 위기에 맞서는 노력, 이 시대의 가장 크고 시급한 과제”
대담은 전환 시대의 도전 과제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송 교수는 “앞서 거론된 혼돈의 상황 때문에 한국은 물론 지구사회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도전 과제를 정하는 일도 어렵다. 문명 전환은 더이상 화두가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가 마주한 도전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대담 주제를 전환했다.
조 이사장은 두 가지 도전 과제를 꼽았다. 첫 번째는 ‘복합 위기의 실체 파악’이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는 문명사적 위기, 문명 전환의 화두는 깊고 넓고 포괄적이다. 어느 한 문제를 푼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총체적인 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위기의 현실이 우리 생활세계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지금은 위기를 말하기보다 대안 마련과 실천에 무게를 실어야 할 때다. 총체적·유기적·전일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기후 문제를 예로 들었다.
기후 문제는 단순히 날씨 변화 문제가 아니다. 지구 행성의 기후 시스템과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변인 간 상호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대기 중 탄소 농도 증가는 대기권 온도를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열파가 해수 온도 상승, 지구 행성의 포괄적 빙권 해동, 기류와 해류 변화 같은 지구적 차원의 혼돈을 초래한다. 다양한 변인의 연쇄 작용 역학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기후학자들이 말하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loops)’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동토층과 해저에 매장된 메탄가스(이산화탄소보다 100년을 기준으로 28배, 10년 기준으로 84배 이상 강한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된다. 결국 지구 행성은 온난화 현상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대다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펄펄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연쇄 작용의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의 의미를 헤아려야 한다. 비단 기후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환경, 생태 문제를 비롯해, 경제, 사회, 정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위기, 혹은 붕괴의 조짐이 한계를 넘어서면 격변의 동학(動學)은 돌이킬 수 없다. 그것이 시스템 역학의 근본이다. 복합적·중층적 위기 초래 요인, 요인과 요인 간의 상관관계를 주도면밀히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서둘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식 문제, 인류 의식 문제를 서둘러 다뤄가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두 번째 도전 과제로 ‘새로운 의식의 지도, 실천의 활로’를 말했다. “의식 변화와 함께 지구 시민사회가 뜻을 모을 때, 난마처럼 얽힌 삶의 문제, 지구촌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집단의식, 공동의 실천 의지를 세워 위기에 맞서는 노력이 이 시대의 가장 크고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을 전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양자 과학은 ‘전체는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인문학적 성찰, 사회과학적 성찰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고대 철학, 과학철학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전일성 개념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 인식론과 인문·사회과학적 성찰의 만남은 중요한 문명사적 함의를 지닌다. 원자화된 현대 산업사회, 대립적·파괴적 경향을 보이는 오늘의 시대상을 어쩌면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생각의 실마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전일사관에 비춰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이 시대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전환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 과제를 풀어갈 시대의식 ‘전일사관의 실천’
그렇다면 이들 도전 과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송 교수는 “인류가 마주한 모든 과업은 전면적인 의식의 변화 없이는 이룰 수 없다”라는 말로 조 이사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면서 도전 과제를 풀어갈 시대정신 혹은 시대 의식에 관해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전일사관의 지구적 실천’이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을 밝히면서 말을 이어갔다. “말씀하신 대로 전면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취지에서 그동안 양자와 우주, 인간 의식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양자 과학은 과학자가 아닌 제가 이해하기엔 어려운 학문이었지만,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우주의 최소 단위인 양자 세계의 상태 중첩과 얽힘, 비(非)국소성, 결맞음과 같은 개념들이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서로 분리된 원자, 물체, 의식의 존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는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인문학적 성찰, 사회과학적 성찰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고대 철학, 과학철학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전일성 개념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 인식론과 인문·사회과학적 성찰의 만남은 중요한 문명사적 함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회와 위기, 전례 없는 위기가 교차하는 이 시대엔 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덧붙여 조 이사장은 양자 인식론과 인문적 성찰이 만난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인간 의식, 정신세계를 깊이 연구한 칼 융(Carl Jung)과 양자역학의 배타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의 원형, 혹은 전체성에 관한 공동 작업이다. 두 학자가 생각을 모은 지점은 전체의 원천인 ‘단일한 초월적 현실성’에 관한 개념이다. 융은 이를 ‘우누스 문두스(Unus Mundus)’라고 표현했다. ‘하나의 세계’란 뜻이다. 그들은 정신과 물질의 상보성을 만들어 내는 초월적 현실성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주의 연결 고리를 원천적으로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 이사장은 “그런 논지는 원자화된 현대 산업사회, 대립적·파괴적 경향을 보이는 오늘의 시대상을 어쩌면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생각의 실마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전일사관에 비춰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이 시대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전환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사회는 산업혁명 이래 물질세계의 이치에 따라 사회의식을 구성해 온 경향이 있다. 어느 과학철학자의 말처럼, 정신세계의 인류사적 의미도 강조했던 뉴턴보다 더 물질의 기계론적 측면을 강조했던 근현대 사조가 오늘의 문명사회를 선도해 왔다. 원자론, 기계론적 사유는 현대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인간 의식과 마음, 타자와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가 이 시대가 마주한 위기가 아닌가 한다. 지금은 ‘하나의 세계’, ‘결맞음 세계’를 인지하는 시대 의식이 절실하다. 물질과 의식, 영성의 통합적 사유가 필요하다. 그 세계를 분리된 각론으로만 진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원리, 인간·세계·문명의 전일적 사유로 이해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일이 가능할 때 인간의 정신세계와 물질세계가 더 성숙한 방향,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이런 생각의 진전과 함께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틀즈 멤버 링고 스타와 그의 동료들은 유엔 세계평화의 날 35주년을 맞은 2016년 유엔에 ‘이제 때가 됐어(Now The Time Has Come)’라는 노래를 헌정했다. 이 노래는 인류 모두가 분노와 폭력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인류사회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사진을 클릭하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 역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중요하다”
송 교수는 “이사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인류는 지금 놀라운 과학적 성취 속에서 살아간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확실해지고 있는 사실은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인간 수준의 의식밖에는 경험하지 못했다”면서 “의식의 새 활로를 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세계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점이 이 시대의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하면, 더이상 진리와 진실에 근접해 가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인간 의식, 시대의 대세를 이루는 집단의식의 결과다. 그 의식의 흐름에 국한해 세계를 보게 되면 인간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 포말’에 갇힐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의 무궁한 지평이 열려 있는 그 너머 세계를 보지 못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 역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의 시 ‘유토피아’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모든 것이 명백히 설명되어 있는 섬. 오른쪽에는 의미가 보관된 동굴. 왼쪽에는 깊은 신념의 호수. 그러나 그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조 이사장은 “의미심장한 문구다. 인간에게 주어진 지식과 지혜는 제한적이고, 인간을 온전히 포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앎이란 단정과 폐쇄의 세계 넘어 존재하는 더 큰 지식과 지혜의 지평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는 일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조 이사장은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의 시대적 의미에 주목했다. UAP는 과거 UFO라고 불리던 미확인 비행 물체를 포함하는 미확인 이상 현상을 뜻한다. 수십 년간 가십거리로 치부됐던 UFO가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존 랫클리프 전 미 국가정보원 원장의 UAP 실체 인정에 관한 공개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구사회의 관심이 더 크게 촉발됐다. 미 의회는 지난 2년 상·하원 청문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특히 지난해 하원 청문 석상에 참석한 전 해군 제독 티모시 갈로뎃, 펜타곤 내 UAP 조사를 담당한 AATIP(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 전 책임자 루이스 엘리존도 등의 증언이 이어졌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다’, ‘현 인류의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UAP가 실재한다’, ‘지상뿐 아니라 심해에서도 관찰된다’는 점을 진실 발언 서약(testimony under oath) 하에 확인했다.
조 이사장은 “수백 년 전 인류는 지구가 태양계,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적 발견이 당시 세계관과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켰다”면서 최근 다시 그런 기류가 일고 있다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 “UAP는 과연 실재하는가. 이 질문은 그 자체가 매우 중대한 사건이지만, 우리 사유 방식의 한계에 관해서도 큰 의미를 준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인간적 삶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역사 이야기’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셈”이라고 생각을 밝힌 그는 “최근 학계 일각에선 현재 관찰 가능한 은하(observable universe)가 2조 개에 이른다고 한다. 추정 가능한 전체 우주(entire universe)는 2조 곱하기 150, 그리고 여기에 0이 수십 개 더 붙는다. 말 그대로 거의 무한대다.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광활함에 비추면 온 우주에서 인간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가설은 인간의 개념적 포말에 불과할 수 있다. 새로운 인식과 관찰의 지평을 여는 일이 중요하다. 학계와 교육계도 그 차원에서 생각의 활로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경희가 추구해 온 탁월성은 뜻을 세워 현실 너머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희가 추구할 새로운 탁월성은 배타적 경쟁과 쟁취를 위한 경쟁력과 사뭇 다르다. 현실을 중시하되, 그것을 초월해 존재하는 이 순간의 원천에 관한 생각이 부를 역사적 파장과 문명사적 함의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사유 방식, 나와 세계, 우주를 함께 조망하는 인식론의 힘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문명사적 기회를 창출하고 시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갈 창의적 대안을 실행하는 경희가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대 위기 함께 극복할 창의적 대안 실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대담의 마지막 주제는 ‘2025년 경희학원의 운영 기조’였다. 송 교수는 “올해는 경희 100년을 향한 마지막 25년의 시작이다. 전환의 시대, 교육·학술·의료 공동체로서 경희가 추구할 새로운 탁월성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경희가 추구해 온 탁월성은 뜻을 세워 현실 너머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현실을 소홀히 하자는 뜻은 물론 아니다. 앞서 말한 ‘현실에서 판단하고, 미래에서 계획한다’와 같이 현실에 발 딛고 세상을 헤쳐가되, 더 나은 인간의 미래, 문명사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뜻”이라며 “오늘 자리를 함께한 10개 기관의 기관 행정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기관 특성에 따라 추구해야 할 현실적 탁월성이 있을 것이다. 그 과업을 잘 수행하는 일은 현실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시대가 처한 위기, 예견되는 지구적 차원의 재앙을 헤쳐가기 어렵다. 기회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능의 세계’로 인식되고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시대’, 아원자 단위 연산을 가능케 할 ‘양자 컴퓨팅 시대’, 우주의 시초, Big Bang에 범접하는 ‘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 시대’와 같은 또 다른 현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유의 지평, 발상의 근거가 필요하다. 경희학원 각급기관은 미래세대의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미래세대는 지금 붕괴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 더 나은 희망의 미래를 갈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진화 혹은 절멸’이란 인류 초유의 화두를 맞닥뜨리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미래세대엔 지금과 아주 다른 또 다른 무엇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무엇’은 미래에 관한 통찰과 상상, 우리 자신과 인류가 마주한 위기와 기회 요인을 함께 다뤄가는 열정, 함께 일구어 갈 지구적 연민(planetary compassion)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고, 이곳과 저곳을 나누는 삶의 양식 너머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천에 관한 사유가 중요하다. 개인의 개성과 자유, 권익과 성취를 생각하면서 내가 사는 세계와 대자연의 의미, 위기와 기회 요인을 동시에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일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영원한 탐색 과제인 ‘전체’의 변천과 진화의 역사를 운반하는 의식 문제를 부른다. 앞서 말했듯이, 정신분석학, 양자 인식론의 선각들도 이 문제를 말해왔다. 의식의 원형, 우주의 함축적 질서(implicate order), 양자 장(quantum field)과 의식 장(consciousness field) 결합의 파동함수 붕괴를 촉진하는 알 수 없는 힘의 섭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생각을 더 진전시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경희가 추구할 새로운 탁월성은 배타적 경쟁과 쟁취를 위한 경쟁력과 사뭇 다르다. 현실을 중시하되, 그것을 초월해 존재하는 이 순간의 원천에 관한 생각이 부를 역사적 파장과 문명사적 함의를 헤아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 이사장은 “그것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사유 방식, 나와 세계, 우주를 함께 조망하는 인식론의 힘이라 생각한다. 인류사의 전례 없는 위기와 기회를 맞아 탁월성의 새 지평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우리가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문명사적 기회를 창출하고 시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갈 창의적 대안을 실행하는 경희가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년 대담은 음악대학의 오페라 ‘라크메(Lakme)’의 1막 ‘꽃의 이중창(Flower’s Duet)’ 공연으로 끝을 맺었다. 이 노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향한 경외심과 인간 내면의 감성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전환 문명의 시대, 우리 내면에도 평화와 희망의 울림이 다시 깃들기를 바라며 노래를 함께 감상했다. ※ 사진을 클릭하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더 나은 미래 위해 새로운 발전 동력 만들어 가자”
계속해서 조 이사장은 경희학원의 중점 사업을 공유했다. 경희학원은 올해 종합학원 체계의 이점을 살려 나가는 한편,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를 위한 ‘학문과 평화’의 길을 더 활발히 열어갈 계획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서 기관의 담장을 넘어 우리 사회,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학원 설립 목적과 정신을 되짚으면서 교류·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운영 체계를 이루고자 한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조 이사장은 “지난해는 국내적으로나 지구적 차원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어려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새로운 활력이 시급하다. 경희는 앞서 언급한 내용을 현실로 전환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그간 법인 이사회가 주문·권고해 온 각급기관의 주요 경영 의제, 도전 과제와 함께 건실한 기관 행정, 역동적인 기관 운영을 구현하고, 서로 격려하고 성원하면서 경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국제사회, 미래세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의 지평을 함께 열어 나가자”라고 당부했다.
신년 대담은 음악대학의 오페라 ‘라크메(Lakme)’의 1막 ‘꽃의 이중창(Flower’s Duet)’ 공연으로 끝을 맺었다. 이 노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향한 경외심과 인간 내면의 감성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전환 문명의 시대, 우리 내면에도 평화와 희망의 울림이 다시 깃들기를 바라며 노래를 함께 감상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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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