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가 만난 ‘베토벤’, 학생의 손으로 완성한 ‘베토벤 강의’
학생과 교수가 만난 ‘베토벤’, 학생의 손으로 완성한 ‘베토벤 강의’
교육혁신사업단이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만드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육혁신사업단,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진행
조은아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학생들 오스트리아 파견해 명품 영상 강의 제작
6월 시작한 경희명의 프로그램 11월 5일(화) 상영회 통해 종료
교육혁신사업단이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강의는 ‘후마니타스 기반의 교양교육 혁신’을 목표로 삼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교수가 강의를 담당했고, 7명의 학생이 강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베토벤을 주제로 명품 강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영상 강의들로 해당 강의는 경희대 교육혁신사업단 유튜브 채널(바로가기)을 통해 공개됐다. 11월 5일(화)에는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이 강의의 상영회가 개최됐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격려사를 통해 “이번 강의는 경희대의 교육 혁신 성과를 이끄는 밑거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파견 활동 영상으로 예술적 승화, 미래 교육에 대한 영감 줘
교육혁신사업단 이원구 단장은 “경희명의는 학생, 교원, 직원 등이 한 팀을 이뤄 영상 기획과 제작, 홍보를 모두 맡은 프로그램이다.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참여 학생을 뽑는 면접을 진행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오늘 상영회까지 최선을 다하며 달려온 경희명의 팀의 활동을 목도했다”라며 “해외 촬영도 있어 걱정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활동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것도, 생생한 영상을 담기 위해 노력한 모든 활동에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희명의 강의가 미래 교육에 대한 깊은 영감을 주고, 미래대학의 명품 강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도약점이 되길 기원한다”라고 인사했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경희명의 강의를 먼저 본 감상평을 공유하며 격려사했다. 그는 “학생들이 주도해 이렇게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는 이 부분에 있다. 참여한 분들의 열정과 도전정신, 창의성 등이 더 의미 있는 결실이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강의는 경희대의 교육 혁신 성과를 이끄는 밑거름될 것이다. 강의를 보며 베토벤의 음악성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러한 점이 경희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경희명의를 탄생하게 한 관계자들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성과 거두길 기원한다”라고 격려했다.
지난 6월 시작한 경희명의 프로그램은 이날 개최된 상영회를 통해 종료됐다. 학생들이 제작한 16회차의 강의는 교육혁신사업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7명의 학생,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눠 강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담당
이어진 결과 보고는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교수와 음악대학 배민준 학생이 진행했다. 베토벤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도 공유했다. 베토벤은 음악사가 나아갈 길을 바꾼 음악가이자, 현재도 콘서트홀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음악가다. 그 이유는 그가 청력 상실이라는 역경을 이기고 나아간 점과 머릿속 음악실에서 새로운 작곡법을 만들어 낸 점에 있다. 많은 음악가가 예쁘고 다정한 소리로 청자를 유혹할 때, 베토벤은 상상의 청력을 통해 더 과감한 음악을 만들었다. 조은아 교수는 “청력 상실이라는 운명의 불가항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역경을 헤치며 별을 향해 나아간다. 어두운 단조로 시작한 음악도 승리의 환희 창조로 전환하는 고유의 작곡법을 정립했고, 후속세대에도 깊은 공명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배민준 학생은 경희명의 팀의 구성과 활동을 공유했다. 총 7명의 학생이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눠 참여했다. 배민준 학생과 기악과 최유빈, 문화관광산업학과 박민경 학생이 기획팀을, 미디어학과 노현영·박서희, 스포츠의학과 임혜정, 국제학과 박주원 학생이 제작팀으로 일했다. 이들은 올해 6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활동을 펼쳤다. 지난 7월 24일(수)부터 8월 1일(목)까지는 오스트리아로 향해 강의를 촬영했고, 이날의 상영회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의 활동은 다양한 부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경희명의 활동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혁신사례영상 경진대회의 1차 평가에도 통과해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2024년 사업단 성과포럼에서도 해당 성과를 재확산하기 위한 사례 발표가 예정돼 있다. 영상 제작과 함께 학생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학생들은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한 후 카카오, JTBC, MBC, 코트라 등의 기관에 인턴으로 선발됐다.
‘경희명의’ 참여 교수와 학생에게 듣는다
경희명의 상영회에 앞서 조은아 교수와 제작팀의 노현영 학생을 만났다. 이들과 경희명의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조은아 교수는 음악가적 특성인지 운율이 느껴지는 말투로 그동안의 경험을 설명했다. 경희명의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와 연출자 역할을 맡았던 노현영 학생은 명확한 어조로 학생으로서 강의를 직접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조은아 교수 “교육혁신사업단의 설명에 이끌려 반짝반짝 빛나는 역량 지닌 학생들 만나”
Q. 교육혁신사업단이 처음 추진한 ‘경희명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은아 교수(이하 조) 경희명의 프로그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교육혁신사업단이 주관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교육혁신사업단과 만나 경희명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희를 대표하는 명품 강의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형태가 아닐까 부담스러운 마음이었다. 하dk지만 학생이 주인공이 돼 이끌고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교육혁신사업단을 따라나서며 반짝반짝 빛나는 역량을 지닌 7명의 학생을 만나게 됐다.
노현영 학생(이하 노) 강의를 직접 만든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또한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부분도 참여를 결정하는 데에 크게 영향 줬다. 개인적으로 교환 학생으로 가본 적이 없다. 졸업하기 전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 해외에서 활약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함께 참여한 작곡과 배민준 학생은 음악가가 살았던 현장과 음악이 연주된 장소를 직접 방문해 동기를 얻고 싶었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베토벤 전문가 되기 위한 사전 교육과 자료 조사 등으로 강의 기획
Q.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다.
조 전체를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눴다. 기획팀은 콘텐츠 기획, 시나리오 작성, 홍보 등의 업무를 맡았고, 제작팀에서 프로듀서의 역할과 연출, 영상 편집 등을 했다. 촬영에 필요한 장소를 섭외하는 작업이나 촬영에 필요한 장비 대여 등의 작업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했다. 독일어를 잘하는 학생이 있어서 해외의 장소 섭외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적극성을 볼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관광 명소인 할슈타트는 촬영에 공식 허가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영어와 독일어로 공문을 준비해 허가받았다. 사전 허가부터 촬영 승인까지 모두 학생들이 했다.
직접적인 촬영에 앞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다섯 번 정도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베토벤에 대해서 제가 아는 모든 지식을 전달하려 했다. 이들이 베토벤 전문가로 거듭나길 바랐다. 출국 전에도 현재 영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모시고 시연회를 열었다. 영상에 필요한 부분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고, 해외 촬영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노 가보지 않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제작팀이 모두 모여서 로드뷰로 장소를 보며 준비했다. 현장에 가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장소를 탐색했다. 교수님과 베토벤을 공부하면서 시중에 출간된 베토벤 관련 서적을 거의 모두 살폈다.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촬영이었는데, 처음에는 음악 용어를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교수님과 공부하고, 촬영하면서 점차 전문가처럼 작업할 수 있었다.
Q. 경희명의 프로그램의 주제는 ‘베토벤’이고, 촬영 장소 중에는 오스트리아 현지도 있었다. 베토벤에게 보다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느낀 베토벤에 대한 인상을 듣고 싶다.
조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이자, 역경을 극복한 위인으로 베토벤에 대해 깊이 이해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베토벤을 선택한 것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 제작할 강의의 인물을 고르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제 사춘기 시절은 베토벤에 점령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베토벤의 음악을 잘 안다고 과신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베토벤을 피상적으로 만났구나’ 싶다.
베토벤은 음악사에서 신화적 인물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그가 쓰던 안경이나 보청기를 보고, 유서나 편지 등을 통해 글씨를 직접 보면서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하다 보니 베토벤이 굉장히 현실적인, 내 곁의 인물로 다가왔다.
노 촬영 외의 시간에도 베토벤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현지에 가니 현장마다 장소에 관한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카메라 뒤에 있었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자처럼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영상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출국부터 귀국까지의 여정 함께할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강의까지 제작
Q. 오스트리아에서의 촬영 과정에 대해서 궁금하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노 출국 전부터 귀국하는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표현하려 했다. 찰나의 순간들이지만 그 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해서 담고자 노력했다. 짧은 영상과 긴 영상을 모두 만들었는데, 전체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고 실시간으로 SNS 채널에 올렸다. 이를 통해 해당 채널을 보는 시청자들이 여정을 따라올 수 있게 만들려 했다. 촬영 장비를 빌려서 학생들과 나눠 들고 촬영지를 다녔다. 촬영 장소마다 구도나 조도 조절 등에 주의했다. 낮에 촬영하고 저녁에 편집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조 이전에는 장소, 공간, 콘텐츠의 소비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산자 입장이라 조금 달랐다. 방문하는 공간마다 강연하는 역할이었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제 입장은 그렇지만 학생들이 더 힘들었을 거다.
노 장비를 들고 한 지역 내에서도 여러 장소를 돌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외부 촬영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촬영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현장감을 담기 위해 풀샷을 자주 넣었고, 스튜디오에서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클로즈업을 주로 했다.
Q. 경희명의 프로그램의 특징은 학생이 강의의 기획과 제작, 후반 작업을 모두 담당하는 점이다. 학생이 만드는 강의는 기존 강의보다 수용자 중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의 강의와 다른 부분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조 그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강의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악대학에서 진행한 실시간 스트리밍 강의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었다. 또한 학생들은 빈 국립 음악대학 부총장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잘츠부르크에서 빈 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인터뷰했다. 강의실에서 갇힌 교수자의 일방적인 전달 강의가 아니라 음악의 역사적 현장에서 부딪히고 경험하며 발로 뛰는 강의 현장을 담을 수 있었다.
노 보통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강의에서 강의 자료를 통한 단면적 이미지만 보다가 직접 현장을 담고 실물로 보니 더 와 닿고 생생한 강의로 느꼈다. 음악대학 친구들은 더 가슴 벅차하는 모습이었다. 제작팀은 카메라로 현장을 보면서 예쁘게 담으려 노력했다. 인서트 찍을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미소). 강의를 편집한 경험은 없었는데, 강의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진로가 더 넓어졌다고 느꼈다. 방송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교양 방송에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조 강의는 총 16회로 제작했다. 이 캠퍼스(e-Campus)에 강의로 탑재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다른 채널로 공유할 계획이다. 강의 자료와 연주를 넘어서 직접 현장을 담은 강의들이라 음악 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성과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교수자로서 7명의 소수 정예 학생과 함께 했다. 한 학기에 보통 200여 명을 만나는데, 소수의 학생이라 거의 과외하듯 몰두해서 협업할 수 있었다.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이국의 땅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학생과 교수 모두 성장한 경희명의 프로그램
Q. 촬영 중 기억 남는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노 실시간 스트리밍이 출국 이튿날이었다. 강연 장소를 예쁘게 담고 싶었다. 사전에 충실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논의할 부분이 많았다. 고민이 많았는데 화면이 예쁘게 담겨 함께 준비한 친구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홍보를 담당한 학생들이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이미지를 융합해 부채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난 인터뷰 대상에 드렸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베토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과 짧지만,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조 오스트리아 촬영 마지막 날에 손을 다쳤다. 8바늘을 꿰맬 정도의 상처라 아직도 손가락을 다 구부리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베토벤의 정신이 몸에 체화되는 경험을 했다. 중년의 인생 중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영광이다.
Q. 구성원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조 베토벤은 청력 상실을 극복한 사람이다. 귀가 들리지 않기에 듣기 좋은 멜로디로 승부한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머릿속 음향실험실에서 더 과감한 음악 기법을 구현했다. 많은 음악가가 청중의 취향과 영합할 때 베토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베토벤 이전에는 왕정에 소속돼 고용인의 마음에 들기 위한 작곡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고용인이 아니라 독립적인 자유 음악가로 활동한 최초의 음악가다. 개인적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히려 이를 발판으로 능력을 더 발화한 사람이다. 사회적으로도 제도권에 아부하지 않은 음악가의 사례를 보며 용기나 도전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노 기획에 음악대학의 전공 학생들이 참여했고, 편집에는 관련 분야 전공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했다. 오히려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이해해야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베토벤 영상보다 쉽게 이해하게 자막도 자세히 달았고, 우리가 촬영한 영상도 미처 촬영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발랄한 코드를 추가했다. 영상의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음악은 작곡과 학생이 직접 편집한 음악이다. 경희명의 영상을 통해 베토벤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2024.11.20